EPISODE 06
6화. 첫 장의 끝에서 웃었다
악녀는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 회차 위치
- 6/6
- 시즌
- 미니시즌 1 · 완결
- 공개일
- 2026.06.15
- 읽기 시간
- 약 5분
시종이 내 이름을 불렀다.
“아델라인 로제 베르크 영애.”
음악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황실 사교회장의 샹들리에 아래, 수십 쌍의 눈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흰 드레스들. 금빛 훈장들. 연분홍 부채와 웃음.
그 한가운데로 검은색이 들어갔다.
나.
아델라인 로제 베르크.
성녀를 해치려 한 악녀. 구속이 보류된 피고인. 그리고 오늘 밤, 초대장을 들고 입장한 여자.
사람들은 내 검은 드레스를 보았다.
숨기지 않은 손목의 붉은 자국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웃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홀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우는 악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웃는 악녀 앞에서 늘 한 박자 늦어진다.
리아는 홀 중앙에 서 있었다.
하얀 드레스. 가느다란 어깨. 붉어진 눈가.
완벽한 성녀의 장면이었다.
카엘은 그녀의 곁에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아직 내 편이 아니었다.
그 점이 이 장면을 더 좋게 만들었다.
오늘 내가 가져갈 것은 그의 믿음이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었다.
한 귀부인이 부채를 접었다.
공작 부인 셀레나 베인.
황실 사교계에서 가장 먼저 웃고, 가장 늦게 용서하는 여자.
그녀가 내 앞을 막았다.
“아델라인 영애.”
홀의 음악이 낮아졌다.
사람들이 기대하던 장면이 시작됐다.
공개 망신.
악녀가 성녀 앞에 무릎 꿇는 장면.
나는 그 기대를 끝까지 기다렸다.
“성녀님께 사과하세요.”
셀레나 부인의 목소리가 홀 중앙을 갈랐다.
리아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흘리기 직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리한 상태.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무엇을요?”
홀 안이 조용해졌다.
셀레나 부인의 눈썹이 올라갔다.
“성녀님을 모욕한 일, 재판을 더럽힌 일, 황태자 전하의 이름을 흔든 일.”
“셋 중 어떤 일이 사실로 확정되었습니까?”
부채들이 멈췄다.
리아의 손끝이 떨렸다.
나는 그 손끝을 보지 않은 척했다.
상대의 약점을 너무 빨리 보면, 내가 조급해 보인다.
“재판은 보류되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증거는 봉인되었고, 명령서는 조사 중이며, 저는 베르크 공작가의 보증 아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셀레나 부인의 입술이 굳었다.
“그래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나는 리아를 보았다.
“정확한 죄를 알려 주시면 사과하겠습니다.”
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완벽한 피해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확한 죄를 요구받는 순간, 피해자는 증인이 된다.
증인은 말해야 한다.
그리고 말은 늘 흔적을 남긴다.
카엘이 낮게 말했다.
“아델라인, 그만해라.”
나는 그를 보았다.
“명령입니까?”
그의 얼굴이 굳었다.
“뭐?”
“황태자 전하의 명령이라면 멈추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면 오늘 밤 모두가 기억하겠죠. 전하께서는 봉인된 증거보다 성녀님의 눈물을 먼저 선택하셨다고.”
홀 안의 공기가 얼었다.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리아를 지키고 싶다면 내 말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내 말을 막는 순간, 리아는 더 깊이 의심받는다.
4화의 재판정에서 만든 틈이, 지금 이 사교회장 한복판에서 다시 열렸다.
나는 셀레나 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인께서는 성녀님을 아끼시죠.”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사과보다 조사를 원하셔야 합니다.”
“무슨 뜻이죠?”
“누군가 성녀님의 베일을 찢고, 제 방에 두고, 제 손목에 붉은 끈을 묶었습니다.”
나는 장갑을 벗었다.
붉은 자국이 샹들리에 빛 아래 드러났다.
몇몇 귀족이 숨을 삼켰다.
“제가 범인이라면 멍청한 일입니다.”
나는 웃었다.
“제가 피해자라면 아주 편리한 일이고요.”
사람들의 시선이 손목에서 리아에게 옮겨갔다.
리아의 눈가에 마침내 눈물이 맺혔다.
“저는…… 저는 그런 일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다.
충분히 가련했고, 충분히 늦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그 말에 리아가 얼어붙었다.
카엘도 나를 보았다.
처음으로 완전히.
“성녀님이 원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일이죠.”
나는 홀 전체가 듣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우리 둘 다 조작된 장면의 피해자일 수 있으니까요.”
웅성거림이 퍼졌다.
악녀가 성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녀를 피해자 자리에 다시 앉혔다.
하지만 그 자리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질문이 붙었다.
누가 장면을 만들었는가.
누가 눈물을 가장 잘 보이게 배치했는가.
누가 악녀와 성녀를 같은 무대에 세웠는가.
나는 리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카엘이 움직이려 했지만 멈췄다.
그가 멈춘 것을 모두가 보았다.
좋다.
오늘 밤의 기록에 반드시 남을 장면이었다.
“리아 세라핀.”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정말 억울하다면, 저와 함께 밝혀요.”
리아의 입술이 열렸다.
하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침묵 하나가 충분했다.
거절하면 피해자답지 않다.
동의하면 내 판 위로 올라온다.
나는 그녀에게 선택지를 준 것이 아니다.
출구를 줄인 것이다.
홀 뒤편에서 유리잔이 가볍게 울렸다.
에단 블랙이 난간 아래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는 검은 장미가 꽂힌 잔을 들어 올렸다.
나에게만 보이도록.
나는 시선을 오래 주지 않았다.
그 남자는 위험하다.
위험한 것은 오래 바라보면 장식처럼 보인다.
장식처럼 보이는 순간, 칼날을 놓치게 된다.
셀레나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영애는 자신이 악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나는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아니요.”
홀 안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검은 장갑을 다시 꼈다.
“저를 악녀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리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카엘의 눈이 흔들렸다.
에단은 웃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홀 중앙에 섰다.
도망치는 자리가 아니었다.
내가 고른 자리였다.
“악녀는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습니다.”
정적.
그 뒤로 아주 작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보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시작이었다.
하나의 박수는 예의가 되고, 예의는 곧 흐름이 된다.
사교계는 진실보다 흐름을 더 빨리 믿는다.
나는 그 흐름의 첫 물결 위에 섰다.
허공에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The first page has ended. (첫 장이 끝났습니다.)
리아는 그 문장을 보았다.
나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웃었다.
첫 장은 끝났다.
원작은 나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성녀는 나를 울리지 못했다. 황태자는 나를 믿지 않았다.
괜찮다.
나는 믿음을 얻으러 온 게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의 다음 장을 가지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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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OST|악녀는 첫 장에서 웃었다
첫 장에서 몰락해야 했던 악녀 아델라인이 예정된 비극을 깨고 자신의 운명을 빼앗기 시작하는 순간을 담은 대표 OST입니다.
SEASON COMPLETE
첫 장의 사건 완결
후속 시즌 또는 7화는 새 사건, 새 무대, 새 로맨스 긴장으로 시작하는 방향을 권장합니다.